국적 크루즈선에 선상 카지노 허가

라스베이거스는 도박이라는 '가벼운 일탈'을 꿈꾸는 관광객의 천국이다. 이곳의 카지노는 바쁜 일상을 떠나 자신만의 자유를 누리면서 다른 곳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뻔한 도박 예찬론을 편다. 그런데 그곳에서 하루 종일 게임을 들여다보는 신참 카지노 딜러들은 퇴근과 함께 어디로 갈까. 예외없이 그들이 향하는 곳은 자신의 근무지 옆 카지노다. 블랙잭 딜러는 블랙잭 테이블로, 룰렛 딜러는 룰렛 테이블로 향한다.

그들이 카지노에서 승리했다는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꽤 많은 보수를 받는 직업이지만 돈을 모았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매일 손님들이 하는 게임을 보면서도 실제 게임에서는 패배했다. 이들의 게임이란 우연과 행운에만 내맡긴 무책임한 행위가 아니라 항상 최선을 기대하는 한편 최악을 대비하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팔도 난장판을 떠도는 직업 도박꾼들의 지침서 '팔법심요(八法心要)'가 있다. 도박이 사람을 얼마나 망물(妄物)로 만드는가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①심(心)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라 ②본(本) 밑천을 많이 갖고 잃을수록 많이 걸어라 ③수(手) 들키지 않게 속임수를 걸어라 ④세(勢) 허세를 부려라 ⑤역(力) 시종 침착함으로 일관하라 ⑥논(論) 입심으로 사람을 주눅들게 하라 ⑦모(謨) 불리하면 삼자와 꿍꿍이를 꾸며라 ⑧해(害) 공갈과 협박으로 겁을 주어라.'

정부가 국적 크루즈선에 선상 카지노를 허가할 방침이라 한다. 크루즈선을 통한 관광 활성화가 목적이다. 카지노 산업이 육상에서 선상으로 이동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있다.

도박으로서의 카지노는 부정적인 존재가 될지 모른다. 산업으로서의 카지노는 탁월한 경제적 수익으로 인해 나라마다 경쟁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미래형 신산업이다. 그래서 카지노는 현대판 '야누스의 두 얼굴'이라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