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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1일 일요일

마카오 카지노의 세계…VIP들 빈손으로 들어가 자금 조달

중국 최대의 온라인 결제 및 신용카드 업체인 유니온페이는 최근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단말기를 해외로 가져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또한 기술적인 추적, 동종업체와의 협력, 경찰 당국과의 협조를 통해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했다. 클라우드컴퓨팅 기술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POS 단말기의 해외 사용과 현금화 사례를 조사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을 개선했다. 그러나 일부 기관에서 유니온페이 카드 매출전표를 매입한 뒤 유니온페이 네트워크를 통하지 않고 결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유니온페이의 감시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해 리스크를 방지하지 못하는 맹점을 보여준다.

“유니온페이 단말기만 있으면 가맹점의 일상적인 거래를 분석해 악의적인 현금화를 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일단 위험을 감지하면 카드전표 매입기관이 조사하도록 통보한다. 은행이나 제3의 카드전표 매입기관이 가맹점을 모집하기 때문이다. 가맹점에서 이루어진 거래의 진위 여부는 전표 매입기관이 판단하고 유니온페이는 조사에 협조한다.” 유니온페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카오 법률에 따르면, 50만파타카(약 6390만원·파타카는 마카오의 화폐단위로 100파타카는 약 128원이다 -편집자)를 초과하는 의심스러운 거래를 발견하면 감독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카지노·경륜·경마 등 사행산업을 경영하는 업체와 에이전트(고객의 게임을 주선하고 자금을 융통해주며 커미션 수입을 얻는 업계 종사자 -편집자)는 물론이고 보험회사, 칩 교환소, 귀중품 거래 업자 모두에게 신고 의무가 있다. 마카오에서 자금세탁 방지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정보판공실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외환 통제 무력화하는 카지노 업체들

유니온페이 관계자는 “건수를 기준으로 보면, 중국 본토에서는 신용카드 허위 매출을 통해 현금화하는 수법이 많고, 마카오를 비롯한 해외에서는 직불카드 계좌에 있는 자금을 현지 화폐로 바꾼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아예 국내 유니온페이 POS 단말기를 해외로 가져가 결제하는 사례가 늘어나 유니온페이와 마카오 금융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오프라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유니온페이 POS 단말기를 구매한 뒤 우편 등의 방법으로 마카오로 운송한다. 마카오에서 이런 유니온페이 단말기로 결제하면 국내 결제로 분류돼 외환관리를 위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 유니온페이 관계자는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모든 은행 직불카드가 변칙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은행 카드를 통한 현금화는 한계가 있다. 액수가 큰 돈은 지하 불법 사채업체가 제공한다. 은행 카드로 인출하는 돈은 고객의 계좌에서 나오지만 사채업체의 자금은 대부분 문제 있는 경우가 많다.

인민은행 자금세탁방지국 관계자는 “이번 아시아·태평양 자금세탁방지기구(APG) 정기총회에서 마카오 금융관리국과 경험 공유 및 국제 준칙에 관해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안건을 상의하지는 않았다. 마카오의 자금세탁 문제는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심각하지 않고 금액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카드를 통한 변칙적인 현금화는 담당 부서가 감독할 대상이고, 범죄에 연루됐을 때만 자금세탁으로 분류된다”고 강조했다. 유니온페이 카드 결제를 통한 자금세탁을 거론하자 카지노 에이전트인 아화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는 “VIP실 고객은 전당포에서 은행 카드에 있는 돈을 현금으로 바꾸지 않는다. 일반 카지노 고객이나 이제 막 VIP가 된 고객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VIP실 고객은 빈손으로 와서 대출을 받는다”고 말했다. 마카오가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마카오에만 있는 VIP실 때문이었다. 마카오 도박산업의 매출은 대부분 VIP실에서 나온다.

아화는 “정부가 유니온페이 카드 사용만 규제한다면 VIP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중국이 자본 유출을 규제하고 있어 고객은 세가지 방법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1인당 최대 2만위안(약 330만원)까지 가지고 출국할 수 있다. 또 유니온페이 카드로 마카오에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도 있다. 카드 1개당 하루 최대 1만위안(약 166만원)까지 가능하다. 보통 한 사람이 여러 장의 카드를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당포에서 허위 매출을 하는 방법인데, 보통 5~15%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간다. 그러나 큰 액수가 필요한 VIP 고객은 대출로 도박자금을 마련한다.

카지노 VIP실 관리자 아팡이 관리하는 방에 들어가려면 최소 100만파타카(약 1억2800만원) 이상 게임 칩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고객은 대부분 대출을 받는다. 마카오 카지노의 VIP실 갬블러들은 칩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베팅한다. 그러면 에이전트가 게임 테이블과 칩을 바꿔주는 교환실 사이를 오가며 ‘롤링’을 반복한다. 롤링이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게임 칩을 현금으로 바꿀 수 없는 롤링 칩으로 교환하는 일이다. 롤링 칩으로 베팅한 뒤 이기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게임 칩을 받는다.

VIP는 빈손으로 가서 현지에서 자금 조달

카지노 에이전트를 ‘롤링업자’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도박과 자금세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고객을 발굴해 카지노에 발을 들여놓도록 만들어 카지노의 수익 증대에 기여하고 자신은 일정 비율의 수수료와 커미션을 받는다.

롤링 칩은 VIP 고객만 사용한다. 원형으로 생긴 일반 게임 칩과 모양이 다르다. 보통 사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게임 칩과 구분한다. 롤링 칩은 카지노 VIP실에서 에이전트가 받아야 할 수수료를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갬블러가 바꾼 롤링 칩 수량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그 때문에 에이전트는 VIP 고객이 언제든지 현금 칩을 롤링 칩으로 바꿔 베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에이전트에는 세가지 자질이 필요하다. 첫째, 돈과 신용이 있어야 한다. 언제든 카지노나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자금을 융통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인맥이 넓어 마카오로 고객을 초청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강한 정신력과 배짱이 필요하다.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하면 에이전트가 대신 변상하기도 한다.” 한 카지노 에이전트는 이렇게 말했다. 에이전트는 최고급 승용차인 롤스로이스를 동원해 고객을 호텔 스위트룸까지 모신다. 그는 “고객의 체면을 살려주고 최대한 만족하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최근 VIP실을 운영하거나 자금을 제공하는 업자들도 중국 본토 출신의 비중이 늘었다. 이들은 마카오와 본토를 오가는 자금의 통로 구실을 한다. 중국의 일부 금융회사들은 비밀리에 카지노 VIP실에 고금리 대출을 제공해 금융회사 경영진이 개인적 이익을 챙기는 통로로 사용한다.

카지노의 일부 객장을 임대해 경영하는 업주도 있다. 이들은 이익의 일부를 카지노에 납부하고 나머지는 자신이 갖는다. 마카오 카지노 업계의 ‘황제’로 유명한 스탠리 호가 처음으로 VIP실 임대제도를 고안했다. 카지노는 개별 VIP실과 장부를 마련하고 개별 업자에게 임대한 뒤 수익의 일부를 받는다. 마카오 카지노에 있는 ‘코랄룸’ ‘골드룸’ ‘공작룸’ 등의 VIP실은 대부분 임대 객장이며 고객은 판돈을 최소 100만파타카부터 시작한다.

가오톈츠 입법의원은 “마카오 주민뿐 아니라 홍콩과 마카오 통행증이 있는 중국인은 누구나 VIP실을 개설할 수 있어 업주의 도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카오에 있는 수많은 VIP실을 중국 본토인이 임대해서 영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토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보통 카지노 에이전트가 경력이 쌓여 고정 고객을 확보하면 자신의 VIP실을 개설한다. 자본 규제로 고액의 현금을 가져올 수 없는 본토 갬블러는 마카오에 와서 에이전트를 통해 돈을 빌려 게임을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 결산한다.

지난 5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황산’이란 이름으로 4년 넘게 마카오에서 활동하던 카지노 에이전트가 100억홍콩달러(약 1조3100억원)를 갖고 사라진 사건을 보도했다. 마카오 최대 규모 카지노의 한 투자자는 최소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바쁘고, 카지노 업계 경영진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당국이 마카오의 대출을 규제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아팡은 에이전트의 잠적은 신기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마카오 카지노 객장에서는 종이와 펜을 들고 승률을 계산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도박은 유혹이다. 그 속에 숨겨진 규칙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언뜻 보면 규칙이 있는 듯하지만 규칙이 없는 것 같기도 한 치열한 두뇌싸움이다. 머리가 둔하진 않다고 생각해온 나도 그런 유혹을 참기 힘들 때가 있었다.” 쑹웨이핑 전 뤼청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은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뤼청그룹은 중국 10대 부동산 개발 기업이다.

또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룽촹차이나는 지난 5월22일 62억9800만홍콩달러(약 8300억원)로 쑹웨이핑 등 뤼청그룹 주요 주주들의 지분 24.31%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가 완료되면 쑨훙빈 룽촹차이나 회장이 뤼청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주주가 된다.

인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홍콩 지역 언론사 기자는 이번 지분 매각이 도박과 관련이 있는지 물었다. 쑹웨이핑 전 회장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식을 양도하기로 결정했고 도박은 전체 매각 이유의 3%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고 답변했다. 쑹웨이핑은 카드게임의 고수라고 자부했고 카지노 이용을 즐겼다. 그는 카지노를 규칙으로 승부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갖고 있던 돈을 한판에 올인해 최고 수익을 거두려고 하는 것이 문제였다.

수많은 민간기업 사장들이 도박을 즐긴다. 지난 5월 닝보 지역 상장사인 하이샹제약의 ‘도련님’ 뤄위훙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5940만주를 모두 매각해 회사 주인이 바뀌었다. 도박 빚을 갚으려고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버지 뤄방펑이 40년 동안 공들여 하이샹제약을 작은 시골 공장에서 상장사로 키웠지만 아들 뤄위훙이 회사를 잃기까지는 4년도 걸리지 않았다. 언론은 뤄위훙이 도박에 빠져 거액의 빚이 생기자 어쩔 수 없이 지분을 모두 매각해 3억8천만위안(약 630억원)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아버지 뤄방펑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뤄위훙은 도박 관련 소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회사·공장까지 판돈으로 거는 본토 기업인들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마카오에 원정 도박을 간다. 가공무역을 하는 공장 사장들이 정기적으로 원정을 가는데 수천만위안(수십억원)을 잃고 오는 날도 허다하다.” 경제 수준이 높은 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에서는 도박을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마카오 에이전트가 동행하고 모든 일정을 책임진다고 한다.

마카오의 채권 추심 전문 인터넷 사이트 ‘메이하우스제’에 따르면, 도박 빚을 갚지 않고 도주한 채무자 가운데 저장성, 푸젠성, 산시성 출신이 많다. 메이하오스제는 2013년 8월 문을 열었다. 채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채무 상환을 독촉하는 일을 한다. 창립자 차이치런 대표는 직접 카지노 VIP실을 경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500건 이상 채권 추심을 의뢰받았고 관련 금액이 20억홍콩달러(약 2630억원)에 이른다. 신상이 공개된 사람 가운데 유명 샤부샤부 체인점 ‘탄위터우’의 창업자 탄창안도 포함돼 있다. 도박 빚이 2천만위안(약 33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탄창안 본인은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차이치런 대표는 “채권자가 차용증 등 증거를 제시하면 사실을 확인한 뒤 인터넷 사이트에 채무자의 사진·이름·본적·출생연도·전화번호·채무액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채무를 상환하면 성공수수료로 1%를 받는다”고 말했다. 채무자의 90% 이상이 중국 본토 출신이라 개인정보가 공개된 뒤 사법기관의 조사 대상이 될 것을 염려해 순순히 채무를 상환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카지노 에이전트 아화는 최근의 새로운 현상을 소개했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거나 경영 상태가 부실한 민간기업 사장들이 카지노에서 공장을 판돈으로 건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이기면 회사를 살릴 수 있고 지면 순순히 공장을 포기한다. 어차피 회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 그는 “앞으로 부실자산 처리 사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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